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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잃어버린신발열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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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윤학
출판사 도서출판 흰물결
발행일 2005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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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평화여행
일류를 꿈꾸는 풍요로운 후배들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가난한 이들에게 전하는 윤학 변호사의 오늘을 사는 지혜

김병종 교수의 ‘추천사’중에서
<잃어버린 신발 열켤레>, 이 작은 책에서 나는 따뜻함과 위로, 소망과 힘을 느낍니다. 아직도 시골에서 엊그제 상경한 듯한 도무지 세련미라고는 없어 보이는 젊은 사람이 부드러운 치유의 힘이 느껴지는 넉넉한 품새의 글, 아픈 배를 쓸어주는 어머니의 손바닥 같은 노경의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자유로 가는 여행, 평화로 가는 여행
마흔을 훌쩍 넘기고서야 나는 사람들의 칭찬은 하루아침에 비난으로 변한다는 진리도 체득하게 되었다. 영원한 것도 아닌, 변덕스런 사람들의 평가에 내 인생을 건다는 것은 참 허망한 일이었다. 고작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정작 나를 잊고 살았다니…
나는 나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나의 부끄럽고 못난 부분, 정의롭지 못한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쟁으로, 투쟁으로 허우적대던 내 과거의 모습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누군가 ‘승리’와 ‘정의’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았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글을 쓰기로 했다. 이상한 일이지만, 큰 짐을 덜어낸 듯 자유로워졌다.
이 책은 이런 자유로 가는 여행, 평화로 가는 여행을 기록한 것이다.

지은이 윤학 변호사. 가톨릭다이제스트 대표
윤학은 해남 송지에서 태어나 신안의 한 섬마을에서 성장했다. 20년 동안 한 눈 팔지 않고 변호사로 일해 온 그는 97년부터 폐간위기에 있던 월간 <가톨릭다이제스트>를 재창간, 이제는 수만명의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잡지로 일구어냈다. 드넓은 바다를 보면서 자란 그는 글을 통해 세상에 평화를 심을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갖고 있다. 자신이 쓴 글 한줄이 사람들의 가슴 깊은 곳을 흔들어 생활의 변화로 이어졌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오늘도 기쁘게 글을 쓰고 있다.

로펌 ‘흰물결’ 대표변호사, 법학박사(서울대학교, 헌법학),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설립심사위원, 신용협동조합 중앙회 법률고문,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 CBS 객원 해설위원 역임.


<본문 중에서>

결혼식에 가면 늘 뭔가 허전하다. 토요일 오후의 교통 체증을 뚫고 왜 참석했는지 생각하면 한심하다. 한 가정의 탄생을 알리는 아름다운 행사에 내가 왜 체면치레만 하고 와야 하는지…. 그럴 때마다 나는 꿈을 꾼다.
‘내 딸이 시집 갈 때에는 아주 작은 성당에서 몇 분만 모시고 정겨운 혼인미사를 드려야지. 새 신랑과 새 신부는 참석하신 한 분 한 분과 눈을 맞추며 덕담을 들을 수 있겠지. 그분들도 자신들의 참석이 한 가정의 탄생에 큰 축하가 되었다는 즐거운 마음을 갖고 돌아가리라.’
동창회에 가면 나는 늘 마음이 씁쓸하다. 누가 돈을 얼마 기증했다느니 기금을 마련하자느니 하는 이야기가 주종을 이룬다. 기금이 모이면 그것으로 무엇을 하는가.
고급스런 호텔에서 천여 명의 동창생들이 회장님과 유명 동문의 말 잔치를 들으며 값비싼 저녁을 먹는다. 연예인들이 노래를 하고 푸짐한 상품이 건네지면 성공적인 동창회였다고 입을 모은다.

언젠가 나에게 동창회를 주최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나는 희열을 느꼈다. 회장인사는 간단히, 장소는 소박하게, 먹을 것도 역시 그래야지. 널따란 테이블, 안락한 하루 저녁을 예상하고 온 어느 선배는 “이런 일에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라며 핀잔을 주었다. 여기 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들렸다. 죄송 죄송….
짤막한 회장인사 후 일시에 불을 껐다. 그리운 학창 시절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환등기로 돌렸다. 장내가 갑자기 숙연해졌다. 그러면 그렇지.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우리 학교는 아스팔트 포장이 돼있지 않은 시내 변두리에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진흙탕에 푹푹 빠지며 등교해야했다. 학교 수돗가에서 한 손으로는 흙덩이가 되어버린 운동화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울퉁불퉁한 종아리의 흙을 닦고 있는 장면이 나오자 동창들은 폭소와 함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환호성이 터졌다.
그후 행사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동창들을 기쁘게 해주는 데는 슬라이드 제작비 몇 만 원으로 충분했다. 시골에서 올라온 어느 선배는 나를 부르더니 거금을 내놓았다. 자리가 불편하다고 핀잔하셨던 선배도 싱글벙글 웃고 계셨다. 나는 이런 일을 겪으며 확신이 더욱 커졌다. 동창회에 오는 사람들이 정작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를...(하략)

- ‘가고 싶은 모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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