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상은
루브르박물관에서 세계를 감동시킨 그의 대형 설치벽화보다
한국의 예술혼으로, 한국화의 대가로 알려진 그의 명성보다
그의 ‘사람됨’이 그를 더욱 위대한 화가로 돋보이게 한다.
손톱만 한 그림에도 허허로운 여백을 살리고
끝이 안 보이는 대작도 바늘 꽂을 데 없이 꽉 채우면서도
끊임없이 인간의 원형을 찾아가는 화가.
그래서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는 사람,
일랑 이종상의 참모습을 담아본다.
한국의 예술혼 높이 날다
한번은 어느 화상 내외분이 우리 집에 왔어요.
제가 어렵게 사니까 돈에 쉽게 넘어가겠다 싶었는지 탁자 위에다 돈 봉투를 내놓고서는 “전지 몇 장, 뭐 몇 점, 그려
놓은 거 있으면 더 좋고…” 이러면서 일방적으로 그려 놓으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 ‘내가 지금 주문하는 사람의 눈
높이로 저공비행하고 있구나. 그러면 나는 대중적인 작가밖에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요. 화상들이 자꾸
우리 집에 찾아오는 것이 그 증거거든요. 그때가 화가로서 고빗길이었어요.
그 뒤에 제가 독도그림을 계기로 도약했어요. 다 집어던지니까 그림이 확 바뀌더라고요. 잘 팔리고 인기있는 작품을
용기있게 끊음으로써 높이 높이 날게 되었지요.
대담·글 윤 학
변호사, 법학박사(서울대학교, 헌법학)
<월간독자 Reader> 발행인, <가톨릭다이제스트> 대표,
화이트홀·화이트홀갤러리 대표
여보, 방석 다 뒤져봐! 빨리빨리!
화상畵商과 같이 온 여자가 까만 승용차에 탁 올라타면서
마지막으로 나를 보고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띠어요.
그 표정을 보니 참을 수가 없어요. 뭔가 있구나! 방으로 막 뛰어들어왔어요.
“여보, 방석 다 뒤져봐, 빨리빨리!” 그랬더니 “여기 뭐가 있네요” 하는 거예요.
돈 봉투를 방석 밑에 두고 간 거예요.
봉투를 들고 자전거 타고 쫓아갔어요.
높이높이 날아버렸죠
전문가냐 전공바보냐
지금 대학에 가보세요. 전공이라는 전공은 다 분리될 대로 분리돼서
회화가 서양화, 동양화로, 동양화가 다시 수묵화와 채색화로 나뉘고 나중에는
문인화, 북종화, 사군자로 나뉘더니 사군자 중에서도 대나무 전공하는 사람,
난초 전공하는 사람 따로 있고, 난초 전공하는 사람은 자기가 잘났다고 하고
대나무 전공하는 사람은 자기가 더 위대하다고 싸움박질하고.
대나무 그리는 사람한테 난초 좀 그려 보라고 하니까
“나는 그건 못 그려… 내 전공이 아니야” 이게 화가입니까?
빨갱이로 몰린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