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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목사 한 분이 사무실로 나를 찾아왔다. 내가 전국의 교회 목사님들에게 보낸 <월간독자 Reader>를 매달 읽고 있는데 자신의 영적 목마름을 채워줄뿐더러 목회에도 무척 도움이 된다며 나를 만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인상도 좋고 예의도 바른 분이라서 호감이 갔다. 그 후 그와 한강 변으로 종종 자전거를 타러 다녔는데 그가 그의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가 참 신앙인이라는 생각이 내 가슴속으로 밀려들어 오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걸 글로 써보세요.” 하고 권유했는데 그때마다 그는 “난 설교는 할 수 있어도 글을 써 본 적이 없어요.” 하며 자신 없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표정에서 글을 써보고 싶은 열망이 철철 넘치고 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그에게 이 세상에는 생각만 하면 이루어지는 일이 너무나 많더라는 내 경험을 들려주었다. “나도 글을 써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면 글을 쓸 수 있는데 왜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느냐고 질책도 했다.
중학교만 마치고 머슴살이로 똥지게꾼으로 막노동만 하며 살다가 성인이 되어서야 배움에 대한 열망을 이룬 그로서는 글은 자기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만이 쓰는 일로 여기는 듯했다.
나는 그런 겸손함을 가진 그가 좋았다. 그리고 그런 겸손함 때문에 오히려 훌륭한 글이 나오리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그는 “나 같은 사람도 글을 쓸 수 있어요?” 하고 묻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글쓰기 강의를 하는데 잘 따라오기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용기를 주었다.
그래도 그는 자기 같은 사람이 과연 책에서나 읽은 글을 쓸 수 있겠냐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의 목회실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의 방에는 신앙 서적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신앙 서적이지만 오히려 신앙의 본질에서 벗어난 책도 많아 보였다. 나는 저 책더미 속에는 신앙을 오도할 수도 있는 책이 너무나 많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다.
‘에세이스쿨’ 시간, 나는 참가자들에게 글을 잘 쓰려면 좋은 글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하고, 좋은 글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며 이 글 저 글 소개해주고 각자 한 편의 글을 쓰도록 했다. 나는 그가 어떻게 글을 써낼지 궁금했다.
그의 말대로 그의 글은 뒤죽박죽 앞뒤도 맞지 않고 어법에도 어긋나 있었다. 그런데 그의 글에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게 있었다. 그 뒤죽박죽인 글 속에서도 그의 굳고 간절한 믿음, 그것을 표현하고 싶은 열정은 빛나고 있었다.
그의 글을 <월간독자 Reader>에 실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진실하게 살아온 삶의 궤적은 글재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생명력이 있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나는 그가 앞으로도 좋은 글을 써내리라는 확신이 섰다.
얼마 후 그의 목회실을 다시 방문했다. 처음 그를 방문했을 때 가득 쌓여있던 책들이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의아해서 물었더니 내 강의를 듣고 신앙의 본질에서 벗어난 책들인 것 같아서 모두 버렸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깨달은 바를 바로 실천하는 참 신앙인이라는 생각이 더 굳어졌다.
그는 ‘에세이스쿨’ 강의가 없는 날에도 교회 예배를 마치고 왔다며 내 사무실 한쪽 책상에 앉아 글을 써놓고 갔다. 표현은 거칠었지만 그의 글 행간에는 늘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이 들어 있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나는 그의 글을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교정하면서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글은 사람이라는데 나는 글을 잘 고칠 수는 있지만 그처럼 사랑을 실천하고 살아왔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하다 보면 그 목사야말로 진정한 글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내가 강의하는 흰물결 ‘에세이스쿨’에 5년간 20회도 넘게 참석하며 매번 글을 써냈다. 이제 그의 글은 별로 고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리가 되어 있고, 여전히 힘이 있고 재미있는 내용을 쏟아놓는다.
그동안 나는 누가 책을 내 달라고 부탁해와도 <월간독자 Reader>와 <가톨릭다이제스트>를 만들기도 힘에 부쳐 그 요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 그런데 그의 글이 벌써 30여 편도 넘게 출판되어 그의 글을 모아 단행본으로 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에게 그 소식을 전했더니 그는 꿈만 같다며 어린애처럼 기쁜 얼굴로 내게 달려왔다.
그의 책이 나올 것을 생각하면 내 마음도 기쁘기만 하다. 그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책이 되어 나오고, 나는 그분의 진리를 향해가는 목마름을 세상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어 글을 쓰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그가 작가가 된 사실이 나를 더욱 감동으로 감싸 안는다. 그도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했더라면 그의 책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품은 그 어떤 꿈이든 목적이 선하기만 하면 주님께서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믿음을 더 갖게 되었다.
심창근 목사의 삶과 신앙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며 사람들의 마음에 순수함과 기쁨이 넘쳐날 거라 확신한다.
서초동 흰물결에서
윤 학